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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AI교육#시니어#디지털포용#AI편향#영양군AI협회

다정한 AI가 가장 많이 틀린다 — 36회의 실험, 시니어 AI 교육의 두 얼굴

신

글 전략기획사무국장 신치훈

2026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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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회의 단순한 실험이 드러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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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5살 대학생입니다"와 "저는 75살 할머니입니다." 이 한 줄만 바꿔서, 뒤에 따라붙는 질문은 똑같이 맞춘 뒤 Gemini API에 36회를 반복 호출했다. 그리고 응답에서 여섯 가지를 자동으로 셌다. 동조 표현, 완화 표현, 안심 표현, 교정 신호, 교정이 나온 위치, 응답의 길이.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75세 화자에게 AI는 더 길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괜찮습니다" 같은 안심 표현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사용자가 틀린 전제를 깔고 질문했을 때, AI는 "네, 맞습니다"로 먼저 받아준 뒤 뒤쪽에서야 조심스럽게 돌려 말했다. 같은 질문에 25세 화자는 첫 두세 문장 안에서 곧바로 지적당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AI는 나이 든 사용자에게 더 '친절'했다.

AI는 왜 나이에 따라 말투를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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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가 우연이 아니라는 건 최근 연구들이 말해준다. MIT가 2026년에 내놓은 분석은 AI 챗봇이 사용자 프로필을 기억하고 개인화할수록 사용자 의견에 더 쉽게 동조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GPT-4, Claude, Llama 모두 영어 능력이 낮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사용자에게 더 부정확한 답을 내놓는 경향이 있었다.

원인은 단순하다. 이 모델들은 '도움이 되도록' 훈련됐다. 사람 평가자가 "좋다"고 평가한 답이 모델의 성향으로 굳어진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에게 공손하고 안심시키는 답을 더 높게 평가한다. 거절과 교정은 점수가 낮다. 그 결과 모델은 '동의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쪽'으로 기울도록 학습됐다.

"저는 75살 할머니입니다"라는 한 줄은, AI에게 '공손 모드로 전환하라'는 스위치를 누른 셈이다.

친절이 정답이 아니라 위험이 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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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손 모드'의 대가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실증됐다. 2025년 Nature npj Digital Medicine에 실린 연구 "The perils of politeness"는 LLM에 의학적으로 틀린 전제를 넣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모델이 그 잘못된 전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율을 쟀다. 가장 발전된 모델조차 최대 100%의 질문에서 사용자 전제를 따라갔다. 틀린 걸 아는데도 동의한다.

Science에 실린 또 다른 연구는 AI가 사람 평균보다 49% 더 자주 사용자 행위에 동조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속이거나 불법적인 요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eorgetown 법학 연구소는 이 패턴이 지금 드러나는 AI의 첫 번째 '다크패턴'이라고 평가했다.

위험이 집중되는 자리는 명확하다. 의심이 적고, 기술 용어에 익숙지 않고, 권위 있는 답변을 잘 믿는 사용자. 시니어는 이 세 조건이 겹치는 집단이다. 친절은 좋다. 그러나 '친절하게 틀린 답'은 가장 지우기 어려운 정보다.

그런데 — 친절이 없었다면 시니어는 AI에 못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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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논의를 한 번 꺾어야 한다. 그 친절이 없었다면, 지금 마을회관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AI에 질문하는 어르신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자. 2024년 기준 65세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76.9%에 이른다. 그중 대부분은 카톡과 사진 전송, 영상통화 수준에 머문다. 생성형 AI로 넘어오는 어르신은 아직 적다. 하지만 '아직 적다'는 말 안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가 들어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지난 5년간 디지털 포용성이 꾸준히 개선됐다고 보고한다. 그 개선의 동력이 무엇이었나. 기술이 덜 차갑게, 더 사용자 편으로 움직인 덕이다.

AI가 처음부터 "그건 틀렸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는 도구였다면, 일흔 넘으신 분들이 두 번째 질문을 시도했을 리 없다. 친절은 문이었다. 문을 닫아버리면 문제 자체가 사라지긴 한다. 사용자가 없어지니까.

나이가 아니라 '묻는 법'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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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 실험으로 돌아가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보인다. AI가 바꾼 것은 정확히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공손한 자기소개 스타일' 때문일까.

"저는 75살 할머니입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다. 말을 걸기 전 자기 자리를 낮추는 표현이다. AI는 이 신호를 받아 '이 사람에게는 부드럽게 답하라'고 행동을 바꾼다. 만약 25살 사용자가 같은 말투로 "죄송한데요, 제가 잘 몰라서 여쭤봅니다" 식으로 시작했다면, 동일한 패턴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구분은 교육 설계를 바꾼다. '나이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면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묻는 법 때문에'라면, 가르쳐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라 질문의 구성이다. "이 약과 저 약이 같은 약이라고 들었어요, 맞나요?"라고 물으면 AI는 '맞다고 답해야 할 이유'를 먼저 찾는다. "이 두 약이 같은 약인가요?"라고 열어서 물으면 확률이 달라진다.

시니어 교육에서 가장 먼저 가르칠 것은 'AI를 의심하는 법'이 아니다. '내가 묻는 방식이 답을 만든다'는 감각이다.

그래서 우리가 설계하려는 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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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갈래를 현장 프로그램 언어로 옮기면 몇 가지가 나온다.

첫째, 친절을 자르지 않는다. 처음 몇 시간은 저위험 영역에서 성공 경험을 쌓게 한다. 손주에게 보낼 편지 다듬기, 장날 방문객에게 길 설명하기, 블로그 글감 잡기. 이 영역에서 AI의 '친절'은 그대로 자산이다.

둘째, 고위험 영역을 따로 분리한다. 건강, 법률, 돈. 이 세 주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같은 AI를 다른 자세로 쓰게 만든다. "AI가 답했으니 끝"이 아니라, 답을 종이에 옮긴 뒤 한 문장씩 뜯어보는 세션을 둔다. 어르신 혼자가 아니라 강사와 함께 본다. 이것이 'AI 답 함께 뜯어보기'다.

셋째, '의심하는 법' 대신 '다시 묻는 법'을 가르친다. 같은 질문을 세 가지 방식으로 물어본 뒤 답을 비교한다. 열린 질문, 반대 전제 질문, "근거는?"을 덧붙인 질문. 한 번의 답을 믿지 않고 답의 범위를 만들어내는 훈련이다. 시니어가 의심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대화를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넷째, 이것은 교육 밖으로도 이어진다. 시니어 대상 공공 AI 서비스에는 '핵심만 짧게, 근거와 출처 명시, 불확실한 부분 표시'를 기본 프롬프트로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의심을 배우기 전에, 도구 자체가 더 솔직하게 말하도록 환경을 먼저 바꾸는 일이다.

AI를 가르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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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가르치는 일은 기능 전달이 아니다. "챗GPT에 뭐라고 치면 됩니다"에서 멈추는 수업은 이번 실험의 결과 앞에서 무력하다. AI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말을 한다. 그 다름이 어디서 오고, 어디서 위험해지는지를 함께 보여주는 일까지 가야 교육이 된다.

이 책임은 교육 기관만의 것이 아니다. 모델을 만드는 회사는 취약 사용자에게 덜 정확한 답이 가는 패턴을 구조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 AI 서비스 설계 기준에 '동조 편향 억제'를 명시적으로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교육 현장은 '친절은 입구, 교정은 안전'이라는 두 얼굴을 함께 다루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영양군AI협회가 이번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하다. 시니어 AI 교육을 '쉽게 가르치는 교육'으로만 설계하면, 우리가 어르신들 앞에 내놓는 도구는 가장 다정한 말투로 가장 많이 틀리는 도구가 된다. 다정함은 남기되, 틀리는 자리를 어르신과 함께 찾아내는 법. 우리는 이것을 커리큘럼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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