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정비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 카센터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

데이터의 강은 마을 위를 비껴 흘렀다 — 카센터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영양의 면 단위 카센터 한 곳이 폐업할 때마다, 마을 주민의 트랙터·트럭·1톤 화물은 갈 곳을 잃는다. AI는 가만히 보고만 있는가, 아니면 그 풍경을 만든 공범인가.
1. 카센터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영양군 면 단위에 카센터가 한두 곳밖에 없다는 것을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 한두 곳 중 하나가 문을 닫으면, 마을 주민은 차가 고장 났을 때 30km 너머 군청 소재지까지 차를 끌고 가야 한다.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차는 견인비만 십수만 원이다. 그 견인비를 부담할 수 있는 65세 농민이 우리 마을에 몇이나 되는가.
카센터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농촌에서 카센터는 자동차뿐 아니라 트랙터·경운기·이앙기·1톤 화물·예초기까지 고치는 곳이다. 도시의 카센터가 외제차 정비 사양을 다투는 동안, 영양의 카센터는 새벽 6시에 농민의 경운기를 받는다. 그래서 면 단위 카센터의 폐업은 가게 하나의 폐업이 아니라, 마을의 이동권과 영농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이다.
전국에서 이미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서울 지부 회원사는 5년 전 2,700곳에서 지금 1,700곳으로 줄었다. 도시에서 5년 만에 37%가 사라진 업종이 농촌에서 멀쩡할 리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이 풍경을 "전기차가 와서 그렇다"는 한 마디로 정리해 왔다. 그게 정말 다일까.
2. "전기차가 와서 망했다"는 절반의 진실
전기차가 정비 일감을 줄이는 것은 사실이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률이 5%에 도달한 2015~2019년 사이 자동차 정비업소의 12.6%, 즉 59곳이 문을 닫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정비 다빈도 작업 항목이 절반 이하로 줄고, 작업 시간은 65% 가까이 짧아진다. 8만 명의 정비 인력이 일자리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온 지도 몇 해가 지났다.
하지만 같은 시기 테슬라·BMW·르노삼성 같은 제조사의 직영 서비스망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줄어든 것은 1인 카센터의 일감이지, 정비 산업 전체의 일감이 아니다. 일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옮겨갔다. 제조사 직영 서비스센터, 인증 정비망, 그리고 보이지 않는 한 곳 — 데이터의 안쪽으로.
농촌 정비사 입장에서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전기차 때문에 망했다"라고 말하면 시대 변화에 적응 못 한 자기 책임이 된다. 그러나 "내 카센터에 차의 데이터가 도착하지 않아서 망했다"라고 말하면, 그 데이터가 왜 도착하지 않는가를 묻기 시작한다.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것은 후자다.
3. OBD2 단자 너머의 보이지 않는 벽
요즘 차량은 컴퓨터다. 엔진룸 어딘가에 OBD2 단자가 있고, 거기에 작은 스캐너를 꽂으면 차가 자기 상태를 코드로 말해 준다. 인포카 같은 국내 스타트업은 OBD2 단자에 꽂는 스마트 스캐너로 600개 이상의 표준 데이터를 17개 언어로 풀어 보여 준다. 드림에이스는 차량 이상 신호를 LLM이 분석해 원인과 수리 절차를 자연어로 설명한다. 기술적으로는 영양 면 단위 1인 카센터 사장도 도시의 외제차 전문점 못지않은 진단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 벽이다. 현대차는 신차의 무선 업데이트(OTA) 기본 탑재를 본격화하고 있고, 2026년부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용 OS의 실증차를 양산한다. 차의 핵심 결함은 OBD2 단자가 아니라 제조사 클라우드에 보고되고, 거기서 OTA로 수정된다. 정비사는 차의 마음을 직접 읽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 서비스센터의 처분을 기다리는 위치로 밀려난다.
여기서 카센터가 망하는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AI가 정비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AI 도구의 소유 구조가 정비사를 대체한다. 차의 결함 코드를 누가 읽을 권한을 가졌는가 — 그것이 결국 누가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카포스 서울 회원사 1,000곳이 사라진 것은 매출이 줄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읽을 수 있는 코드가 줄어서다.
4. 정비사가 늙어가는 속도, 자격증이 늙어가는 속도
데이터의 벽이 정비업 위기의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람과 제도다.
60세 이상이 운영하는 한국 중소기업 236만 곳 중 28.6%, 즉 67만 5천 곳이 후계자가 없어 흑자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자동차 정비업도 예외가 아니다. 영양·봉화 면 단위 카센터의 사장님 절반은 이미 65세를 넘었다. 자녀는 이미 수도권으로 떠났다. 그가 폐업하면 그 카센터는 영영 사라진다.
새로운 정비사가 들어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격증이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사실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동차정비기능사 시험은 25년 가까이 ABS·엔진·미션을 중심으로 거의 같은 모습을 유지해 왔다. AI 진단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다루는 능력, OTA로 들어온 결함 보고서를 읽는 능력은 자격증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다. 자격증을 따도 SDV 시대의 라이선스가 안 되는 것이다.
AI는 정비사 일자리를 빼앗기 전에, 정비사가 차의 마음을 읽는 라이선스를 빼앗아 가고 있다. 사람이 늙는 속도보다 제도가 늙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사실이, 농촌 정비업 위기의 두 번째 진실이다.

OBD2 케이블은 차의 마음에 닿지 못한다.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
5. 영양의 트랙터, 봉화의 1톤 트럭, 그리고 빠진 데이터셋
같은 AI 진단 도구를 영양 카센터 사장님이 손에 쥐어도, 도시 카센터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 도구가 학습한 데이터셋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의 AI 수리비 견적 시스템, 엔카닷컴의 중고차 진단 챗봇, 시중 정비 플랫폼의 출장 정비 매칭 — 이 모든 도구는 도시 사용자, 자가용 승용차, 5년 미만 신차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영양 길에서 굴러다니는 1995년식 봉고 1톤 트럭, 봉화 농가의 25년 된 디젤 트랙터, 영덕 어시장의 발전기 단 화물차의 진단 데이터는 빈약하거나 아예 없다.
AI 도구는 평등하게 보여도, 학습 데이터에 따라 누구의 차를 잘 진단하고 누구의 차를 못 보는지가 결정된다. 도구가 똑같이 보급돼도, 농촌의 차량은 도구의 시야 밖에 있다. 이것은 기술 격차가 아니라 데이터 격차다.
이 격차를 만드는 자리에 농촌 정비사는 처음부터 호출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정비사들을 전기차 충전기 정비 인력으로 전환 교육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양군 면 단위에 전기차가 몇 대인지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책의 지도가 농촌을 비워 두고 그려졌다.
6. "할머니, 카카오에서 출장 정비 부르세요"가 답일까
농촌 카센터가 사라진 자리에 등장하는 답이 있다. 도시 기반 정비 플랫폼의 출장 서비스다. 차량을 등록하고 앱으로 호출하면 인근 정비사가 직접 찾아온다. 도시에서는 깔끔한 해법이다.
영양의 70대 농민에게 그 앱을 설치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카카오 인증을 받고, 차량 사진을 찍고, 결제 카드를 등록하고, GPS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 그 모든 단계를 마쳐도 정작 출장 정비사는 "영양은 출장이 안 됩니다"라는 안내를 받기 일쑤다. 1.6만 명 군에 새벽 6시 트랙터 고장을 받아 줄 출장 기사는 없다.
플랫폼이 답이 아닌 이유는 단순하다. 농촌 사용자는 플랫폼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동네 정비사는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마을의 1차 응답자다. 119가 늦게 오는 마을일수록, 카센터 사장이 마을 응급 정비의 119다. 그를 잃으면 어떤 디지털 플랫폼도 그 자리를 못 메운다.
7. 보호가 아니라 평준화 — 다른 나라가 먼저 한 결정
농촌 정비사를 위한 정책을 이야기하면 곧장 "보호주의"라는 말이 따라온다. 정비사를 보호하면 결국 농민이 비싼 정비비를 내게 된다는 우려다. 그 우려가 가리는 것이 있다. 지금 작동하는 진짜 보호주의는 누구의 것인가.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2020년 주민투표로 차량 데이터에 독립 정비사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 법을 통과시켰다. 자동차 제조사가 진단 데이터를 자기 직영망 안에만 가두는 것을 막는 법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자동차 데이터 접근법을 본격 추진하고 있고, 사이버보안 규정과 양립하는 방식으로 독립 정비망에도 데이터 접근권을 보장하는 설계를 진행 중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카센터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를 평준화하는 것이다. 농촌 정비사가 신차 결함 코드를 못 읽는 이유는 그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제도가 그에게 그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이미 그 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직 그 논의의 출발선에도 서지 않았다.

영양에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 도구, 교육, 그리고 동네를 1차 응답자로 인정하는 결정
8. 영양에서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 — 도구·교육·보급망
거대한 시스템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영양에서 다음 분기에 시작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AI 진단 도구의 농촌 보급망을 군청과 협회가 함께 짠다. 인포카·드림에이스 같은 국내 도구는 이미 존재한다. 영양군AI협회와 군청이 면 단위 정비사 7~10명에게 OBD2 스캐너와 LLM 진단 구독권을 6개월간 무상 시범 보급하고, 매달 한 번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든다. 비용은 군 단위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도구가 와도 매뉴얼이 없으면 책상 서랍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른 농촌 보조사업에서 이미 배웠다.
둘째, 정비사 재교육 과정을 농촌 차량·농기계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도시형 정비 교재가 아니라, 25년 된 디젤 트랙터의 진단 코드, 1톤 화물의 OTA 수신 거부 사례, 노후 엔진의 LLM 진단 한계 같은 농촌 실제 사례로 채운다. 영양군AI협회가 한 달에 한 번, 카포스 영양 지부와 함께 토요일 오전 3시간 워크숍을 6회 시범 운영한다. 정비기능사 자격증이 시대를 못 따라간다면, 우리가 동네 라이선스를 먼저 만들 수 있다.
셋째, 동네 정비사를 마을의 1차 응답자로 공식 인정한다. 군청이 면사무소·이장단과 협력해 카센터 사장을 마을 차량·농기계 응급 호출망의 공식 1차 응답자로 등재하고, 출장비 일부를 군이 보전하는 시범 사업을 한다. 이는 보호가 아니라, 농촌 이동권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는 결정이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아니다. 셋째다.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결정은 늘 가장 큰 정치적 부담이다. 그러나 영양 면 단위에서 카센터 마지막 한 곳이 문을 닫는 날, 그 결정을 안 내린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AI는 정비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AI는 차와 정비사 사이에 끼어들어, 누가 차의 마음을 읽을지를 결정한다. 그 결정의 자리에 영양이 앉지 않으면, 영양의 차는 결국 영양 밖에서만 고쳐질 것이다. 차를 고친다는 것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마을이 자기 자신을 고치는 일이기도 하다.
전략기획사무국장 신치훈 | 영양군AI협회
이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이미지 생성 모델(Gemini 3 Pro Image)로 제작되었으며, 영양군AI협회의 편집 감수를 거쳤습니다.
이 글은 명성심재의 심층 사고 엔진
Simthink Engine (深 Think)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