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치까지의 투자 — AX가 사건이 아닌 이유
2026-04-29 · 전략기획사무국장 신치훈

80명 중 2명 — 강의는 왜 끝까지 안 가는가
영양군에서 일회성 AI 워크숍에 참석한 80명 중, 한 달 뒤 자기 손으로 AI 도구를 다시 연 사람은 두 명이었다. 보유율 2.5%.
이 숫자가 충격으로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강의를 사건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사건이라면 한 번의 노출이 충분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MOOC(온라인 대규모 공개강좌)의 평균 완료율은 7~10%, 중앙값 12.6%다(Jordan 2014, 후속 메타연구 2024). 한 줄로 정리하면, 강의는 어디서든 끝까지 가지 않는다.
문제는 강의 자체가 아니다. 강의를 사건으로 보는 우리의 가정이다. 사건 모델 위에서는 아무리 좋은 강의를 만들어도 보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한 자릿수 보유율을 가진 정책에 매년 예산을 붓는 일이 한국의 AI 교육 풍경이다.
AX는 사건이 아니라 함수다
행동 디자인 분야의 BJ Fogg는 2009년에 한 줄짜리 공식을 제안했다. B = M × A × P.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신호(Prompt) 세 가지가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에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건 곱하기 부호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 셋 중 하나라도 0에 가까우면 결과는 0이 된다. 동기가 아무리 높아도 능력이 없으면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동기와 능력이 다 높아도 그 순간 신호가 없으면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AX(AI 전환)를 이 공식에 대입하면 풍경이 단번에 달라진다. AX는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매주 셋이 함께 임계값을 넘어가는 함수의 결과다. 임팩트 강의는 동기를 채워준다. 그러나 능력과 신호가 0에 가까우면 곱은 0에 머문다. 영양군 80명 중 78명이 한 달 뒤 AI를 다시 안 연 이유는 동기 부족이 아니다 — 그날 강의실에서 모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주 화요일 오전 9시에, 자기 책상 앞에서, 능력 부족과 신호 부재가 곱해져 0이 됐다.
함수로 보는 순간 정책 전체가 다시 보인다. 사건 모델은 강의비를 측정하지만, 함수 모델은 변수별 한계비용과 한계효과를 측정한다. 둘은 다른 행정이다.
66일의 곡선과 농촌 고령자의 수치심
사람들은 흔히 새 행동이 21일이면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1960년대 한 외과의의 임상 관찰을 누군가가 사실처럼 옮긴 것이고, 학술 데이터가 아니다. 진짜 데이터는 따로 있다.
런던대학교(UCL)의 Phillippa Lally 연구팀은 2010년 96명을 12주 동안 추적했다(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vol. 40, pp. 998-1009). 매일 같은 맥락에서 새 행동을 하도록 했고, 그 행동이 자동화될 때까지의 일수를 기록했다. 평균은 66일. 그러나 범위는 18일에서 254일까지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18일에 임계값을 넘었고, 어떤 사람은 254일이 걸렸다. 14배 차이다.

심리학자 Wendy Wood와 David Neal이 2007년 Psychological Review에 발표한 분석(114권 4호, 843-863쪽)은 이 편차의 원인을 정리했다. 습관은 "맥락-반응 연합"으로 형성되며, 같은 장소·같은 시간·같은 단서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임계값까지의 시간이 짧아진다. 단순히 의지가 강한 사람이 빨랐던 게 아니다. 환경이 단서를 일관되게 제공한 사람이 빨랐다.
Lally의 데이터는 물 마시기·산책 같은 단순 신체 행동의 곡선이다. AI 도구 사용은 더 복잡하다.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결과를 해석하고, 자기 일에 끼워 맞춰야 한다. 곡선은 더 길고 더 깊다. 거기에 한 층이 더 있다 — 농촌 고령자에게는 곡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멈추는 장벽이 있다.
OECD가 2024년 발표한 시니어 디지털 학습 연구(Digital Skills for Seniors)와 다국 비교 연구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장벽은 두 가지다. 수치심과 실수 공포. "내가 못 한다는 사실을 옆 사람이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버튼을 잘못 눌러 기기를 망가뜨릴까" 하는 두려움. 이 두 두려움이 능력 변수(A)를 0 근처로 끌어내린다. 동기를 아무리 채워줘도 곱은 0이다.
영양군의 한 어르신이 NotebookLM에 자기 건강 기록을 넣고 처음 질문을 던졌을 때, 화면에 답이 떴다. "이런 게 되는 거야?"라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8일이 걸렸다. 그리고 그 어르신이 혼자 다시 NotebookLM을 연 것은 그로부터 10일 뒤다. 18일이다. Lally 곡선의 가장 빠른 끝과 같은 시간이다. 무엇이 18일을 만들었는가 — 매일 같은 자리, 같은 강사, 같은 동료, 그리고 "한 번 더 눌러보세요"라고 말해 주는 사람.
함수의 세 변수 — 동기·능력·신호의 분담
함수가 작동하려면 세 변수가 동시에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셋의 한계비용은 다르다. 비용 구조를 분리해서 보면 정책 설계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동기 변수(M) — 임팩트 강의. 한계비용이 가장 낮다. 외부 전문가 한 명이 한 번 와서 50명에게 강의하면, 1인당 정서적 각인 비용은 몇만 원 단위다. 그리고 효과는 즉발적이다. 강의가 끝나는 순간 청중의 동기는 정점에 있다. 문제는 동기가 가장 빨리 떨어지는 변수라는 것이다. 일주일 뒤면 절반, 한 달이면 0에 가깝다.
능력 변수(A) — 비동기 학습.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한다. 협회 YouTube 채널 한 영상은 100명이 보든 10,000명이 보든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 AI 튜터 챗봇 한 번 만들어 두면 자정에 누가 질문해도 답한다. 그러나 비동기는 신호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자기가 먼저 영상을 클릭해야 시작된다. 자력 학습자는 여기서 임계값을 넘는다. 그러나 자력 학습자는 분포의 오른쪽 끝, 10~15%다. 나머지 85%는 다음 변수가 있어야 한다.
신호 변수(P) — 같은 장소·같은 시간·같은 사람. 한계비용이 가장 높다.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강사가 같은 동료들 앞에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간을 산다. 그러나 보유율은 가장 높다. Wood & Neal이 정리한 맥락-반응 연합이 가장 강하게 형성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세 변수가 분리되어 있으면 정책이 살아난다. M은 정서척도와 강의 직후 행동의도, A는 일별 활성 사용자(DAU)와 영상 재생시간, P는 6주 연속 참가율과 자체 사용 전환율로 측정한다. 변수별 KPI가 있어야 함수형 예산이 만들어진다.
신뢰의 모세혈관 — 가장 비싼 변수
세 변수 중 가장 비싼 신호 변수는, 그 본질이 신뢰다. 매주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은 곧 "이 시간에 여기서 실수해도 괜찮다"는 신뢰의 인프라다. 농촌 고령자에게 이 신뢰는 시간이 한참 누적된 뒤에야 만들어진다.
이 신뢰를 시장이 만들지 않는다. 시장은 광고비를 쓰고 가입을 늘릴 뿐, 매주 같은 자리에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 정부의 평균 정책도 만들지 않는다. 평균은 도시 30대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영양군의 70대에게 신뢰의 모세혈관은 지역 단위에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Wood & Neal이 학술 언어로 정리한 "같은 사람"의 의미는 농촌에서 더 무겁다. 영양읍의 어떤 어르신은 "AI를 가르친 그 사람이 누구냐"가 결정적이다. 강의실 안의 권위가 아니라, 면사무소에서 마주친 적 있는 사람, 농협에서 본 사람, 자기 동네에 사는 사람. 그 사람이 같은 자리에 다시 나타나는 사실 자체가 능력 변수를 0에서 끌어올린다.
이게 모세혈관이다. 큰 동맥(중앙 정부 예산)과 큰 정맥(국가 디지털 정책) 사이에 가는 모세혈관이 없으면 산소는 도달하지 않는다. 함수의 가장 비싼 변수는, 가장 좁은 곳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함수형 예산 설계 — 영양군 100명 모델
함수가 옳다고 해도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면 이론으로 남는다. 변수별 한계비용을 분리한 100명 임계 달성 1년치 예산은 이렇게 짤 수 있다.
| 변수 | 항목 | 연간 비용 | 1인당 |
|---|---|---|---|
| 동기(M) | 외부 임팩트 강의 3회 | 300만 원 | 3만 |
| 능력(A) | 비동기 콘텐츠·AI 튜터 운영 | 200만 원 | 2만 |
| 신호(P) | 지역 촉진자 5명 양성·운영 | 1,000만 원 | 10만 |
| 합계 | 1,500만 원 | 15만 |
비용의 67%가 신호 변수에 들어간다. 이게 함수 모델의 진짜 메시지다. 사람의 손이 가장 비싸고 가장 결정적이다.
평가도 함수형으로 한다. M의 KPI는 강의 직후 행동의도와 4주 뒤 자체 사용률 차이. A의 KPI는 비동기 콘텐츠 DAU와 누적 학습시간. P의 KPI는 촉진자 모임 6주 연속 참가율과 같은 모임 1년 후 자력 사용 전환율. 셋의 누적이 함수의 해(解)를 만든다.
기존 AI 교육 보조금은 동기 변수에만 집중한다. 강의비, 강사비, 교재비. 그래서 보유율 5~10%가 나온다. 함수형 예산은 한 변수에 집중하지 않는다. 셋을 함께 사고, 셋을 함께 측정한다.

결론 — 사건의 시간을 끝내자
사건 모델 위에서 한국의 AI 교육 정책은 매년 강의를 발주하고, 매년 5~10%의 보유율을 기록하고, 매년 같은 보고서를 쓴다. 이 순환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건이라는 가정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함수 모델은 다른 시간을 산다. 1.5년에서 3년 단위로 한 그룹이 임계값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그 그룹이 다음 그룹의 신호 변수가 된다. 영양군의 어르신 한 명이 18일에 임계값을 넘었다면, 그 어르신이 다음 그룹의 같은 자리에 앉는 같은 사람이 된다. 함수는 자기복제한다.
이 글이 정책 담당자에게 닿는다면, 강의 보조금의 항목을 분리해 달라. 한 줄짜리 "AI 교육비"가 아니라, M·A·P 세 줄로 분리된 함수형 항목으로. 교육기관에 닿는다면, 강의 종료 30일 후 자체 사용률을 KPI로 측정해 달라. AI 강사 본인에게 닿는다면 — 자기 강의는 함수의 한 변수일 뿐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영양군AI협회는 이 함수의 신호 변수가 되려 한다. 우리만이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이 매주 나타나는 일을 시장도 정부도 안 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시간은 충분히 길었다. 함수의 시간을 시작할 때다.
참고 문헌:
-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doi:10.1002/ejsp.674
- Wood, W., & Neal, D. T. (2007). A new look at habits and the habit-goal interface. Psychological Review, 114(4), 843-863.
- Fogg, B. J. (2009). A Behavior Model for Persuasive Design. Persuasive '09: Proceedings of the 4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ersuasive Technology.
- Jordan, K. (2014). MOOC Completion Rates: The Data — 후속 메타연구(2023-2024)에서 평균 7~10%, 중앙값 12.6% 재확인.
- OECD (2024). Digital Skills for Seniors. — 시니어 디지털 학습의 핵심 장벽으로 수치심과 실수 공포 지목.
- Frontiers in Psychology (2025). Influencing factors of digital health technology anxiety in the elderly. — 사회적 지원이 기술 채택의 결정적 매개 변수임을 메타분석으로 확인.
- 영양군AI협회 자체 워크숍 데이터 (2026.03). 80명 참석 → 4주 후 자체 사용 2명 (2.5%)
이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이미지 생성 모델(Gemini 3 Pro Image)로 제작되었으며, 편집 감수를 거쳤습니다.
이 글은 명성심재의 심층 사고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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