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칼럼으로 돌아가기
칼럼#AI격차#디지털포용#영양군#모세혈관#지역AI

0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것 — 사각지대를 만드는 시스템 안에서

신

글 전략기획사무국장 신치훈

2026년 4월 17일

0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것 — 사각지대를 만드는 시스템 안에서

2026-04-29 · 전략기획사무국장 신치훈

데이터 점들의 격자 위에서 영양군 자리만 빈 영역으로 처리되어 있고, 그 안에 시스템이 보지 못하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서 있다


0이 의미하는 것 — 숫자의 침묵을 정확히 읽기

경북 북부 5개 군 — 영양·청송·봉화·영덕·의성 — 의 AI 검색 관심도는 0이다. 정확히 말하면, Google Trends가 "충분한 데이터 없음"으로 표시하는 상태다.

이 0의 의미를 정확히 짚지 않으면 글이 출발부터 어긋난다. Google Trends에서 0은 "검색이 없었다"가 아니라 "검색이 있었지만 표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Google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검색량이 일정 임계값 미만이면 데이터를 0으로 처리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사용자 프라이버시 — 인구가 너무 적은 지역에서 한두 사람의 검색이 노출되면 그 사람이 식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통계적 신뢰도 — 표본이 너무 작으면 의미 있는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한 줄이 영양군의 풍경을 단번에 바꾼다. 0점은 "이곳에 AI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다"가 아니다. **"이곳에서 누군가 AI를 검색했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인구가 적기 때문에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는 뜻이다.

영양군 인구는 1만 6천 명이다. 누군가 검색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통계의 사각지대로 들어갔다. 0은 무관심의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침묵이다.

데이터의 사각지대 — 농촌이 시스템에서 사라지는 방식

이 침묵은 영양군만의 것이 아니다. Nature Communications가 2025년에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인구 데이터셋들은 농촌 인구를 -53%에서 -84%까지 과소표현한다. 가장 정확한 데이터셋도 농촌 인구의 절반 이상을 놓친다. 이 데이터셋들은 도시 환경을 기준으로 보정되었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Justine Humphry와 캔버라대학교의 Sora Park이 Information, Communication & Society(2019, vol. 22, pp. 934-953)에 발표한 연구는 이를 한 줄로 요약한다. "Exclusion by design" — 설계에 의한 배제. 디지털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누구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 설계 자체가 특정 인구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호주의 자동화 복지 시스템 사례에서 그들이 확인한 것은, 시스템이 효율을 위해 만든 처리 규칙들이 결과적으로 가장 취약한 인구를 가장 깊이 배제하는 구조였다.

영양군의 0점은 그 사각지대 안에 있다. Google Trends가 잘못 만든 것도 아니고, 누가 의도해서 영양군을 가린 것도 아니다. 시스템이 정상 작동한 결과가 영양군의 비가시성이다. 그리고 이 비가시성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자기 강화 루프 — 0이 영원히 0인 이유

비가시성에서 끝났다면 그건 학술 논문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 비가시성은 정책의 입력값이 되는 순간 다른 일을 한다.

순서를 따라가 보자. 영양군은 측정되지 않는다. 측정되지 않으면 정책의 입력값이 되지 않는다. 입력값이 되지 않으면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다. 예산이 없으면 인프라·교육·서비스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 투자가 없으면 검색·사용 같은 디지털 행동이 형성되지 않는다. 디지털 행동이 없으면 다시 측정되지 않는다.

이게 자기 강화 피드백 루프다. 0점은 출발점이 아니라 매년 재생산되는 균형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1점으로 가지 않는다. 루프 안에서 0점이 정상 상태로 굳어진다.

시장도 같은 결과를 만든다. OECD가 2018년에 발표한 Bridging the Rural Digital Divide 보고서는 분명하게 적었다. 농촌은 ICT 서비스 제공자에게 비수익적이며, 일부 지역은 영리 기반 투자가 영원히 도달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입자 기반이 너무 작아서 광대역 인프라조차 시장 원리로는 깔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영양군에서는 통신 인프라조차 그 결과인데, AI 같은 후행 서비스는 더 멀리 있다.

자연 상태에 맡기면 영양군의 0점은 영양군의 운명이다. 시장의 운명이고, 평균 정책의 운명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다섯 단계의 노드가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며 가운데 0을 매년 재생산한다 — 측정 안 됨, 정책 입력값 없음, 예산 없음, 인프라 없음, 행동 없음. 외부에서 의도적 정책 개입의 코랄 화살표가 들어오려 한다

그러나 사각지대 안에서도 행위는 가능하다

여기서 글이 멈추면 패배주의가 된다. 그리고 그건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자기 강화 루프 모델은 자연 상태의 균형을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책 역사는 그 자연 균형을 깨는 외력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핀란드의 디지털 포용 프로그램은 1990년대부터 시민사회·지역도서관·자원봉사자가 결합한 형태로 농촌 고령자에게 디지털 역량을 전달했다. 일본의 "디지털 추진 위원" 제도(デジタル推進委員)는 2022년부터 지역마다 위촉된 시민이 이웃의 디지털 학습을 직접 도와주는 비공식 인프라다. 이 모델들의 공통점은 시장이나 평균 정책의 자연 작동이 아니라 의도적 외력이라는 점이다.

자연 상태의 균형은 깰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깨지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어떤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시스템 비판으로 끝나면 영양군 주민의 행위 가능성을 지우게 되기 때문이다. 영양군 주민은 시스템의 사각지대 안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행위는 가능하다. 단지 그 행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누가 그 첫 행위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가 진짜 질문이다.

0에서 1로 — 한 사람의 손이 임계 다수를 만든다

여기서 정직해야 한다. 한 사람의 검색만으로는 영양군의 0점이 1점이 되지 않는다. Google Trends의 임계값을 정확히 모르지만, 인구 1만 6천 명에서 한 사람의 행동은 통계 임계값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손이 다음 사람의 손을 부르는 구조는 다른 산수를 가능하게 한다. 매주 같은 자리에서 한 사람이 옆자리 어르신에게 ChatGPT를 검색하는 법을 가르치고, 그 어르신이 다음 주에 자기 친구를 데려오면, 4주 뒤엔 4명이 검색을 한다. 8주 뒤엔 8명, 16주 뒤엔 16명. 6개월 뒤에는 영양군 인구의 일부가 매월 AI를 검색하는 행동 패턴을 갖게 된다.

이게 임계 다수(critical mass)가 만들어지는 산수다. 한 사람의 손은 통계를 못 움직이지만, 한 사람의 손이 만든 다음 사람의 손은 움직인다. 함수가 자기 복제하는 시점이다. 어느 순간 Google Trends에서 영양군의 검색량이 임계값을 넘는다. 0이 아니던 첫 1점이 통계에 찍힌다.

그 1점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검색하는 사람이 늘었다"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이 비로소 영양군을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데이터 시스템은 일단 보이기 시작하면 정책 입력값이 되고, 정책 입력값이 되면 예산이 따라오고, 예산이 따라오면 인프라가 따라온다. 자기 강화 루프가 거꾸로 돌기 시작한다.

0이 가능성이라는 말의 정직한 의미

여기까지 와서야 우리는 "0점이 가능성"이라는 말을 정직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은 위안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한 사람의 검색이 평균 안에 묻힌다. 서울에서 한 명이 ChatGPT를 검색하는 행동은 통계의 풍경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영양군에서는 다르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첫 행동은 통계의 새 입력값이다. 한 사람이 매주 검색하면 그 사람의 행동이 곧 영양군 데이터의 일부가 되고, 그 데이터가 정책의 일부가 된다.

이건 부담이자 권한이다. 부담은 책임에서 오고, 권한은 영향력에서 온다. 0점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한 사람의 검색이 곧 정책 신호다. 다른 지역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산수다.

영양군AI협회는 이 산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매주 같은 자리에서 어르신 한 명에게 ChatGPT를 검색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어르신을 돕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영양군 데이터의 한 점을 만드는 일이고, 다음 어르신을 부르는 신호 변수가 되는 일이고, 임계 다수를 향해 한 걸음 옮기는 일이다.

왼쪽의 indigo 0과 오른쪽의 코랄 1 사이에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네 명, 여덟 명으로 늘어나며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부르는 임계 다수의 산수

결론 — 자연 상태를 거부한다는 것

자연 상태에서 영양군의 0점은 영구화된다. 시장은 비수익이라 안 들어오고, 평균 정책은 측정되지 않으니 못 본다.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1점으로 가지 않는다.

자연 상태를 거부하는 것 —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정확한 이름이다. 시장이 안 하는 일, 평균 정책이 못 하는 일을 누군가가 시작해야 0점이 1점이 된다. 그 누군가가 매주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 글이 정책 담당자에게 닿는다면, AI 격차 정책의 입력값을 Google Trends 외의 데이터로 다양화해 달라. 자체 행정 데이터, 지역 협회의 자체 보고, 현장 인터뷰 — 측정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입력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사회 활동가에게 닿는다면, 농촌의 0점이 시스템의 산물이지 그 지역의 운명이 아님을 인식해 달라. 그리고 영양군의 어르신들에게 닿는다면 — 당신의 검색 한 번이 통계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다른 곳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자리다.

0이라는 숫자는 영양군의 무관심이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이 만든 침묵이고, 시장의 자연 균형이고, 정책의 자기 강화 루프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누군가의 첫 행동을 기다리는 자리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자연 상태를 거부하는 일을 시작했다.


참고 문헌:

  • Google. FAQ about Google Trends data — Trends Help. (낮은 검색량은 사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및 통계 신뢰도를 위해 0으로 표시됨)
  • Park, S., & Humphry, J. (2019). Exclusion by design: Intersections of social, digital and data exclusion. Information, Communication & Society, 22(7), 934-953. doi:10.1080/1369118X.2019.1606266
  • Nature Communications (2025). Global gridded population datasets systematically underrepresent rural population — 농촌 인구가 데이터셋에서 -53%~-84% 과소표현됨을 확인.
  • OECD (2018). Bridging the Rural Digital Divide. OECD Digital Economy Papers No. 265 — 농촌이 ICT 서비스 제공자에게 비수익적이며 시장 원리로는 인프라가 도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분석.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NIA (2025.03.27 발표).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 고령층 71.4% (+0.7%p), 농어민 80.0% (+0.5%p), 4대 취약계층 평균 77.5% (+0.6%p).
  • 생성형 AI 격차의 3층 구조 (access divide / capability divide / outcome divide) — arXiv 2410.19806 등에서 정리된 일반 학술 프레임.
  • 日本 デジタル庁. デジタル推進委員 制度 (2022~) — 지역 시민이 이웃의 디지털 학습을 돕는 비공식 인프라.

이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는 AI 이미지 생성 모델(Gemini 3 Pro Image)로 제작되었으며, 편집 감수를 거쳤습니다.

공유하기

Powered bySimthink Inside — 심띵크 엔진으로 작성됨

이 글은 명성심재의 심층 사고 엔진
Simthink Engine (深 Think)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