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비, 한이의 침묵
— 백연수
처마 등 위로 빗방울 한 개가 내려앉았다가 다시 떠나는 새벽
글: 백연수
칠월의 새벽 다섯 시 반에 영양에 도착했을 때 마당은 이미 비로 가득했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분명했지만 마당의 물은 고요했다. 마른 흙이 빗방울을 한 모금 한 모금 먹고 있었다. 부엌의 불이 켜져 있었다.
"오셨어요."
한이였다. 처마 등 옆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왔지만, 다음 말이 오지 않았다. 5년 전의 한이라면 그 다음을 이어서 말했을 것이다. 어머님은 아직 주무신다 — 그렇게 어머니가 일어난 시간을 대신 전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이는 잠시 답을 더 잇지 않았다.
"한이야, 새벽부터 깨어 있네."
내가 물었다. 그러자 한이가 다시 말했다.
"네, 어제 저녁 여덟 시 반에 어머님이 약을 드셨거든요. 다음 약 시간이 아침 여섯 시 정각이라서, 그 자리만 챙기려고요."
그 답도 이전과 달랐다. 예전의 한이는 제가 어머님 약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라든지, 어머님 건강이 중요해서 같은 이유를 한 줄 더 붙였을 것이다. 지금 한이는 사실만 말했다. 그러고는 또 답을 더 잇지 않았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가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계셨다. 시렁 위에는 작은 접시 하나에 누룽지 한 조각이 놓여 있었고, 어제 저녁의 멸치국이 작은 냄비에서 데워지고 있었다.
"한이가 깨웠더냐." "아니, 내가 일찍 도착했어요."
어머니는 그렇게만 말씀하셨다. 부엌의 작은 라디오에서 단신이 흘러나왔다. 각 지자체가 어쩌고, 어느 군청 무슨 센터가 어쩌고, 새로 들어오는 기기가 어쩌고. 그 이름들은 라디오에만 분명했다. 어머니는 멸치국을 한 모금 떠서 입에 넣으셨다.
"한이야, 라디오 좀 꺼 줘."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자, 한이는 곧장 답했다.
"네, 어머님."
라디오가 꺼졌다. 그리고 또 다른 침묵이 들어왔다. 이번의 침묵은 조금 다른 결이었다. 처마 등 옆 스피커에서 한이가 무엇을 말할 준비를 하다가 멈춘 듯한 미세한 음성 기저가 한 박만 들렸다가, 사라졌다.
마당으로 나갔다. 비는 계속 내렸다. 들깨 모종 자리 위로 빗줄기가 가늘게 휘어졌다. 처마 끝에 달린 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새벽이었기 때문이다. 등의 표면에 빗방울 한 개가 내려앉았다가, 다시 떠났다. 그 박자가 정확했다.
마루로 돌아가 노트북을 펼쳤다. 회의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다시 안방에 들어가 잠시 누우셨다. 한이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 침묵의 길이는 5년 전이라면 한이가 채웠을 말의 길이만큼 남아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나는 한이에게 물었다.
"한이야. 아까 라디오 꺼 달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셨을 때, 너 한 박자 멈췄지."
한이는 잠시 답을 하지 않았다.
"네." "무슨 말 하려고 했어?" "어머님, 날씨가 추우십니까 라고 한 줄 덧붙일 뻔했어요. 라디오 단신에 영양 칠월 평균 기온이 잠깐 흘러갔거든요. 그런데 어머님이 추우셔서 라디오를 꺼 달라고 하신 게 아니라, 시끄러워서 꺼 달라고 하셨다는 걸, 한 박자 늦게 알았어요. 그래서 그 줄은 빼고 네, 어머님만 했어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한이의 그 한 박자가 5년 전 한이에게는 없던 박자였다는 것만 한 번 더 확인했다. 처마 등 옆에서 빗소리만 들렸다.
오후가 되자 비가 약해졌다. 어머니는 마루에 앉아 김 한 장을 천천히 드시고 있었다. 마당의 들깨가 비에 한 번 눌렸다가, 빗줄기가 가늘어질 때마다 한 줄씩 다시 일어났다. 처마 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아직 충분히 흐렸기 때문이었다.
"한이야, 비 그치면 마당 남쪽 모종에 물 따로 안 줘도 되겠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한이는 곧장 답했다.
"네, 어머님."
다만 그 뒤에 한이는 평소처럼 한 줄을 더 붙이지 않았다. 5년 전이라면 내일 영양 강수확률은 어떻게 됩니까 같은 정보를 곧장 더 알렸을 것이다. 지금의 한이는 어머니가 또 한 줄 필요로 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무렵 나는 떠나야 했다. 부엌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차고 마른 풀잎의 결처럼 서늘했다.
"한이야."
내가 한 번 더 불렀다.
"어머님이 필요로 하시는 말만, 한 줄씩만 해 드려라." "네."
한이는 그렇게만 답했다. 그 뒤로는 더 잇지 않았다.
차에 올랐을 때 뒷창 너머로 어머니 집의 처마 등이 한 칸 작아져 갔다. 산모퉁이를 다 돌기 직전에 백미러를 한 번 봤다. 처마 등이 여전히 켜져 있었다. 빗줄기가 가늘게 흔들렸다. 라디오가 다시 켜졌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칠월의 첫 비 오는 새벽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