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매실
— 백연수
매실 광주리 둘과 작은 라디오. 어머니 마당의 여섯 번째 달 첫 일요일.
글: 백연수
유월의 첫 일요일 아침, 영양에 도착하니 어머니 집 마당에는 매실 광주리 두 개가 미리 나와 있었다. 어제 저녁 어머니가 먼저 한 광주리를 따 두셨다고 한이가 알려 주었다. 등 옆 작은 스피커에서 한이의 목소리는 새벽 공기처럼 낮았다.
"오셨어요. 어머님은 부엌에 계세요. 오늘 매실은 두 그루어치예요."
부엌으로 들어가니 어머니가 구운 누룽지 한 조각을 입에 무신 채 큰 솥에 물을 끓이고 계셨다. 매실청을 담그실 모양이었다. 마루에는 어머니가 어제 펼쳐 두신 신문지 위에 깨끗이 씻은 매실이 한 줄로 누워 마르고 있었다. 매실은 푸르고 단단했고, 한쪽 면에 새벽의 물기가 아직 한 점씩 남아 있었다.
"한이야, 음악 좀 틀어 줘."
어머니가 그렇게만 말씀하셨다. 곡명도, 가수 이름도 없었다. 한이는 잠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잠시가 5년 전에는 없던 잠시였다. 한이는 어머니가 매실을 만지실 때 어떤 곡을 틀어 두셨는지를 5년 동안 학습해 두었을 것이다. 시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어머니가 매실청을 담그시던 일요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을, 그 가운데에서도 어머니가 손을 한 번 멈추셨던 곡을, 한이는 그 모든 일요일의 침묵 속에서 한 곡씩 골라 두었을 것이다.
"네, 어머님."
한이가 답했다. 처마 등 옆 스피커에서 옛 노래가 한 곡 흘러나왔다. 1970년대 어느 봄날의 라디오에서 흘렀을 법한, 약하게 갈라지는 여자 목소리. 어머니가 시아버지와 처음 만나신 해의 노래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노래는 부엌과 마당과 마루를 한 번 채우고, 매실 위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어머니의 손이 한 박자 멈추셨다. 한이는 그 박자를 알고 있었다. 한이는 음량을 한 칸 낮췄다. 어머니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이야, 그날도 이 노래였지."
어머니가 매실 한 알을 솥에 넣으시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날이 어느 날인지 어머니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한이도 그날을 정확히는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한이는 답했다.
"네, 어머님."
마당으로 나갔다. 두 번째 매실 광주리가 처마 등 아래에 놓여 있었다. 들깨 모종이 심긴 자리는 한 달 사이에 한 뼘이 자라 잎을 펼치고 있었다. 멧돼지가 다녀갔던 자리는 어머니가 새로 심어 두신 자리에 다른 모종이 한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한이는 그 자리를 어머님이 5월 7일에 심으신 자리라고 기억할 것이었다.
매실을 한 알씩 광주리에서 꺼내 손등으로 한 번 닦았다. 매실은 차고 무거웠다. 한 알의 향이 손에서 손으로 옮아 갔다. 부엌에서 어머니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게 들렸다. 음정은 절반 정도만 맞았다. 그러나 한이는 그 절반을 학습한 적이 있을 것이고, 어머니의 절반에 맞춰 음량을 맞추고 있을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매실청 두 통이 마루에 놓였다. 설탕과 매실이 한 켜씩 쌓인 통은 햇빛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마루 끝에 앉아 매실 한 알을 손에 쥐고 보셨다. 한이가 작은 알림을 냈다.
"어머님, 약 시간 다섯 시 사십오 분이 곧 옵니다."
"알았다."
어머니는 그렇게만 답하시고 매실을 도로 광주리에 놓으셨다. 노래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한이는 다음 곡을 틀지 않았다. 마당에는 한 박자의 정적이 흘렀다. 정적 안에서 매실 향이 한 번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저녁 무렵 차에 올랐을 때, 마루 위 매실청 통 두 개가 백미러 안에서 작아져 갔다. 어머니는 처마 아래에 앉아 한 손으로 누룽지 한 조각을 천천히 씹고 계셨다. 한이가 처마 등을 한 번 깜빡였다. 조심히 가세요. 산모퉁이를 도는 동안 차창으로 매실 향이 한 번 더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향은 어디에서 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당에 두고 온 것인지, 손에 묻은 것인지, 한이가 보낸 것인지.
여섯 번째 달의 첫 일요일이었다.
— 백연수, 「유월의 매실」 (느린 미래 #002 / 2026-05-08)